15년 프랑스 유학중에 10여년을 파리에서 보내면서 자주 들렀던 장소가 프롬나드 플랑떼(Promenade Plantée) 라는 이름의 산책로입니다. 그 당시 학생이었던 아내가 바스티유광장 근처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 데이트를 즐겼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바스티유오페라가 있는 대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계단을 통해 산책로가 시작되는 지점이 나옵니다. 옛 철도노선이 있었던 길이 1.4km의 기찻길을 나무와 꽃으로 녹지를 조성한 “공중산책로” 입니다. 참 재미있는 공간인 것이, 약 10m 높이로 공중에 떠 있는 산책길을 걷고 있으면, 이곳이 교통량이 꽤나 많은 도심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조그만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오롯이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덤으로 파리의 시가지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산책로의 끝자락에는 녹색잔디밭이 펼쳐진 뢰이 공원(Jardin de Reuilly)에 앉아서 바게뜨 샌드위치와 약간의 알콜도 곁들이며 여유로운 파리의 오후를 만끽합니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산책로의 탄생배경에는 미테랑 대통령(1981~1995)의 재임기간 중 파리의 대대적인 개조작업으로, 그랑프로제(Grands Projets)라 명명된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라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라데팡스,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프랑스국립도서관, 라빌레뜨공원, 아랍문화원, 바스티유오페라 등의 굵직한 건축물들이 전통과 역사의 도시 파리에 건축과 문화의 결합이란 이름으로 거부감 없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중 바스티유오페라의 건립과 동시에 바로 뒤쪽의 철도운행이 중단된 옛 철길을 산책로(Promenade Plantée)로 변경하는 계획에 착수했으며 마침내 1993년 완공되었습니다. 파리시는 이와는 별개로 아치형 고가철도(Le Viaduc des Arts)의 하부공간에 대한 공모전을 개최했고, 1994년 옛 철도구조물의 원형을 유지한 채 상가와 공방의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낙후되었던 파리 동부지역의 도로변 풍경이 매력적인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파리를 걷고 싶은 도시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앞서 말한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가소메터 사례처럼, 오래된 도시일수록 자신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소”와 ‘기억“을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리는 오늘도 진화중입니다.
르 비아뒥 데 자르 홈페이지
https://www.leviaducdesarts.com/
50여개의 부틱과 아뜰리에 등 각 매장의 자세한 소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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