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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someter City, Wien

가소메터 1
가소메터 시티(Gasometer City), Wien, 사진:집짓는 건축가

 
2001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도심 외곽에 있는 커다란 가스저장고 4개가 공동주택으로 변신했습니다. 단순히 공동주택이 아닌, 주거가 중심이 된 문화, 상업, 편의시설 등을 모두 갖춘, 약 700여세대 2000여명이 거주하는, 미니시티로 재탄생되었습니다.
 
1892년, 빈 시는 도시전역에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도시외곽 짐머링(simmering)지역에 대규모 가스 저장고의 건립계획을 발표합니다. 산업용건물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빈 시는 현상설계를 실시, 단순하고 기능에만 충실한 가스저장고가 아닌, 유서 깊은 도시 빈의 도시미관을 해치진 않는 재료의 선택으로 고전적인 외관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결과, 4동의 가스저장고는 도시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각되며 당시 시민들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열광적이었다고 합니다.
 
수도 빈의 가스공급을 책임졌던 거대한 크기의 가스저장고(Gasometer)는 1899년에 완공된 후 80여년의 임무를 마치고 1984년에 완전히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 후 건물의 존치를 고민하던 시는 수명이 다한 산업시설을 보존 건물로 지정하였고 많은 시민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시는 보존의 이유로, 비록 현 시대에 더 이상 필요한 시설은 아니지만 가소메터는 빈 도시역사의 한 부분으로 보존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서 깊은 역사도시의 시민들은 거대한 가스 저장고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폐기된 건물의 무책임한 방치로 그 주변이 낙후될 것이라는 불 보듯 뻔한 결말을 예상했기 때문에 반발이 심했습니다.
 
시의 가소메터 보존결정 후 재활용방안을 찾는 일은 예상외로 어려웠습니다. 도심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으므로 흔한 재생사례라 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또는 호텔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이미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주거환경에는 맞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한 끝에 빈 시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공동주택으로 개조한다는, 모두가 놀랄만한 파격적인 계획안이었습니다. 건축적 가치가 있는 저장고의 외관은 유지하면서 내부를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으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주거시설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렇듯 유럽의 부러운 사례들을 보면, 오래된 도시일수록 자신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소성”과 ‘역사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오래되고 낡았다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 장소에 켜켜이 쌓인 기억과 흔적까지 모두 지우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시간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현재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시킨 가소메터(Gasometer)는, 당장의 활용도나 경제성이 없다면 일단 뜯고 보는 우리의 못된 습관에 경종을 울리는 아주 좋은 본보기입니다.

 

가소메터 2
가소메터 A, 장 누벨(Jean Nouvel),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3
가소메터 B, 쿠프 힘멜브라우(Coop Himmelblau) 우측 방패모양의 학생용 기숙사,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4
가소메터 C, 만프레드 베도른(Manfred Wehdom),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9
가소메터 B 카페,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5
가소메터 동간 연결통로,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6
가소메터 동간 연결통로,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7
가소메터 단면 패널, 사진:집짓는 건축가
가소메터 8
가소메터 스노우볼, 사진:집짓는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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