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istory

기억의 흔적 그리고 재구성, 이부강

bklee 4
moved landscape, 35cmX81cm, 2020, 이부강
bklee 5
trace 190, 122cmX244cm, 2014, 이부강

 

2023년 초,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아트페스타에 방문했을 때로 기억합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부스들을 돌아다니던 중 약간은 구석진 곳에 걸려있는 조그만 캔버스에 눈이 갔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유화작업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갈수록... 관람객을 끌어당기는 뭔가를 느꼈습니다. 한 뼘 크기의 작은 캔버스에 얇은 나무조각들을 이어붙인 풍경화(!)였습니다.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으면서 부스의 관리자에게 작가의 브로슈어를 문의하고 받아든 것은, 달랑 A4용지 한 장의 작가 프로필과 간략한 작업노트였습니다. 다른 부스의 과도한 브로슈어와는 대조적으로 너무 조촐한 설명지(?)에 약간은 당황스러웠지만 재차 문의하니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참고하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참가한 갤러리의 반응치곤 시큰둥한 반응에 그냥 발길을 돌리고 나왔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작품에 매료되어 이부강작가의 작업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bklee 1
trace 887, 39cmX53cm, 2019, 이부강
bklee 2
moved landscape, 162cmX225cm, 2017, 이부강
bklee 3
trace 307, 117cmX162cm, 2017, 이부강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흔적찾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작품의 주재료로, 버려진 동네의 건물에 붙어있던 낡은 합판들을 재구성하여 일상의 풍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노인의 주름처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칠이 벗겨지고 오래된 낡은 합판조각들의 헤쳐모여는 사라져간 공동체로부터 공동의 기억을 재소환 하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철거현장에서 수집한 파편들을 자신의 화폭에 재구성함으로써 기억의 재생을 통해 잊혀진 것을 상기시켜 사라진 흔적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에게 흔적찾기는, 스스로의 과거로부터 온 기억을 더듬어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자신의 이웃들, 혹은 익명의 한 집단 공동체로부터 공동의 기억을 건져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기억의 재생을 통해 현재적 와 과거의 우리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bklee 7
moved landscape G, 91cmX73cm, 2017, 이부강

 

이부강작가의 작업에 관심을 갖고 공감을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 짓는 건축가의 작업방식인 오래된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방법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낡은 베니어합판의 재구성을 통해 어떤 장소와 풍경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기록하고 있는 이부강작가의 작업에 응원을 보냅니다.

 

 

기억의 흔적을 재구성하다, 이부강 작가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기억의 흔적을 재구성하다, 이부강 작가

사람이나 물건에 깃든 기억을 오래도록 보관해 두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시간이 지날 수록 망각되고 잊혀...

blog.naver.com

* 위의 이미지 출처는 케이옥션 네이버블로그 입니다.

'Ti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모델링]주거, 상가 인테리어  (0) 2024.06.09
다반향초(茶半香初)  (2) 2024.01.04
제주 협재해변 카페  (2) 2024.01.03
제주 다가구주택  (2) 2024.01.03
제주 전원주택  (2) 2024.01.03